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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소나무야 소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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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K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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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23> : 소나무야 소나무야



늘씬한 몸매를 우아하게 뽐내며 마치 모델이 포즈를 취하는 것 마냥 멋들어진 소나무.

쳐다보기만 해도 하늘에 닿을 것 같고 곁에 있기만 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같이 든든한 우리의 소나무. 한국의 소나무.



기둥이 휘어져 감겨 있어도 절대 굽히지 않는 절개를 가진 것처럼 강직해 보이는 우리의 소나무.



필자는 강원도 전방의 육군 7사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쪽 지역이라 인적이 뜸하고 외진 곳이었다. 보급품도 여유롭지 않아 대부분 작업을 위해 벌목이 반드시 필요했다. 뜨거운 물을 끓이기 위해서 땔감이 필요했고, 계단을 만들기 위해서도 나무를 베어야 했고,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나무를 베어야 했다.



부대 근처의 야산에는 쓸만한 목재가 거의 없어 몇 시간을 걸어나가서 나무를 베어오고는 했다. 그야말로 그 지역의 산야는 헐벗을 대로 헐벗어 있었다.



처음 벌목현장 작업을 나갔을 때가 생각난다. 땔감을 구해와야 했는데 땔감으로 가장 좋은 나무가 소나무다. 생 솔잎을 태운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소나무는 살아있는 그대로 바로 베어내어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저 사용할 수만 있는 게 아니라 휘발유를 뿌려놓은 듯 다른 나무보다 불이 더 잘 붙는다. 벌목 후 한동안 말린 다음 땔감으로 사용해야 하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베어오자마자 땔감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 땔감으로는 너무나 훌륭한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경학을 전공으로 둔 필자로서는 처음의 벌목현장에서 얼마나 마음을 아파했는지 모른다. 한아름이나 되는 소나무 주간을 베어낼 때면 그 진한 솔 향기가 향기롭지 않고 고통스러웠다. 분명 잡목들을 베어낼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필자는 되도록이면 소나무를 피해 다른 잡목들을 베려고 했지만,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고참들은 소나무의 우수성(땔감으로서)을 연신 가르쳐가며 소나무만 골라 베라고 했다.



군대는 군대. 어쩔 수 없이 필자도 소나무를 베기 시작은 했지만, 그 감정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런, 필자도 여지없이 대한민국의 남자인가 보다, 군대시절 얘기가 나오니 그냥 몇 줄이 줄줄 써 내려가 지니 말이다.



각설하고, 다시 소나무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나무는 해송과 육송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껍질이 얇고 목질이 붉은빛을 내는 일명 ‘낙락장송’에 잘 등장하는 멋들어진 소나무를 육송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로 해변에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해송이라 이름 지어진 소나무는 껍질과 목질이 검고 거칠며 솔잎과 순도 더 길고 거칠다.



우리가 사는 이곳 밴쿠버 지역에서 필자는 아직 ‘육송’을 보지 못했다.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소나무는 ‘해송’에 해당한다. 따라서 고국의 그 ‘낙락장송’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해송’이라는 종류의 소나무도 일본식 정원의 영향으로 대부분 가지를 정리한 정형수가 많다. 가지치기해서 올망졸망 동그란 몽우리를 만들어 둔 소나무의 형태보다는 자연적인 모양을 갖춘 듬직한 소나무가 더 보고 싶은데 아쉬운 일이다.



소나무는 한번 가지 끝의 순을 자르면 더는 새 잎과 가지가 그 자리에선 나오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 나무는 가지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다시 잎과 가지가 자라지만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잎끝의 순이 떨어져 나가면 더는 그 가지에서는 새로운 잎과 가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나무는 ‘가지치기’라는 말보다는 ‘순치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순을 골라 따줌으로 가지의 모양을 잡고 나무의 크기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무 순치기를 알면 ‘너. 좀 아는구나.’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정원에 멋들어진 한국 소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별다른 노력 없이 단 한 그루의 나무로도 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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