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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보이는 곳에 20, 안 보이는 곳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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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K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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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24> : 보이는 곳에 20%, 안 보이는 곳에 80%



공정에 따라 다르지만, 조경시공공사를 하면서 소요되는 시간을 통틀어 비교해볼 때 보이는 곳에 20%, 안 보이는 곳에 80% 정도의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보이지도 않는 작업에 그만한 시간과 물량을 투입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그 만큼 보이지 않는 80%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작은 공원을 하나 완성하는데 대략 3~4개월가량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중 80% 정도는 포크레인 한 대와 인부 몇 명을 데리고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해 보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예쁜 돌들이 깔리고 벤치가 놓이고 풀과 나무가 심기면서 작은 공원이 완성된다.

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한결같은 3~4개월인데 지켜보는 일반인들에게는 마지막 몇 주 또는 며칠 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 마무리를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필자의 현장기사 시절에 있었던 한 어르신이 생각난다.

몇 달간의 작업 기간 동안 현장 바로 앞 식당에서 바쁘지 않은 시간이면 온종일 우리의 작업을 지켜보시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그 식당의 주인아저씨였는데 식당 바로 앞 공터를 공원으로 만든다고 하니 기대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설계도면을 보여달라기도 하고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설명을 해달라고도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그 식당 뿐 아니라 주위의 모든 상권이 이 작은 공원 하나에 기대가 컸었다.

더운 날 고생한다며 시원한 냉차를 내어주기도 했고, 작업을 마치면 고생했다며 차갑게 얼려둔 아이스크림 몇 개를 건네기도 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2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근데, 느그들 뭐 하는지 내 도통 모르겠다. 맨날 땅을 팠다가 다시 묻었다가..  다시 팠다가 묻고. 도대체 공원은 언제 만들끼고? 뭐가 잘 안돼나?”

거의 두 달을 지켜보고 설계도면을 살폈으면서도 고대하던 예쁜 공원의 모습이 나오지 않으니 약간은 안달도 난 모양이었다.

“어르신,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초작업을 잘 해놔야 오랫동안 탈없이 예쁜 공원을 즐기실거 아입니꺼. 조금만 참으시소. 인자 거의 다 했습니더.”

“다 되긴 뭐가 다 되 가노. 내가 보기엔 느그들 맨날 땅만 팠다가 덮었다가 그카드만. 봐라. 여태 느그가 한기 뭐 있드노?”

한참을 설명해드렸으나 영 못마땅한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시던 눈은 처음 반갑게 우리 식구들을 맞이해주시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쯤 되니 그 어르신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의심의 눈초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 현장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 기존 배관시설도 복잡했고 공정이 많아 기초 토공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른 현장보다 기초공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주위의 상가 분들은 슬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 사실 그럴 때일수록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열심히 일을 했다.

드디어 기초 작업이 끝나고 담이 둘러지고, 폭포가 돌아가고, 바닥분수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무와 꽃들이 심기고 벤치가 놓이자 어느새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감사의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와. 느그들 일 잘하네. 금방 뚝딱 하고 멋진 공원을 하나 만들어삐네. 이래 잘 할거를 와 여태 느그적 거맀노.”

핀잔을 주는 듯 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중에 그 어르신덕에 우리팀은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

“지나가다 기회 되면 꼭 온나. 밥 한 그릇 먹고 가래이.”

몇 년 후에 다시 찾은 그 식당의 어르신은 여전했다.

“왔나? 잘 왔데이. 느그 그 때 참 고생 많았데이. 덕분에 우리가 맨날 행복하게 산다. 고맙데이.”

공원을 만든 게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놓고 갔다는 그분 말씀은 두고두고 필자가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가르침이 되었다.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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