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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공간(SPACE)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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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K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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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34> : 공간(SPACE) 이야기



대학 졸업 바로 전에 필자의 부친은 평생의 직장으로부터 그 시절의 유행과도 같았던 IMF 조기 은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는 아버지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 바로 시작됐을 때다. 아버지와 나는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어보기로 했다. 손이 필요할 때만 그때 그때 사람을 쓰기로 하고 기초작업부터 하나하나 직접 지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자연스레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을 뿐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그때, 집을 지을 때 실감했던 공간에 대한 이해다.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이 실제로 적용된다고 느꼈던 신기하고도 묘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집이 세워지기 전, 공간은 그저 이차원적인 평면에 지나지 않는다. 바닥 공간만이 유일한 대상지가 되는 것이다. 설계에 따라 측량 작업이 이루어지고 기초 콘크리트가 쳐진 바닥에 실제 크기의 방과 거실, 주방, 욕실 등이 선으로 그어진다. 벽을 세울 자리가 표시됨과 동시에 공간이 정의된다.

바닥에 선을 긋고 나서 그 공간 한가운데 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자의 경험을 공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방과 욕실, 주방 임에도 불구하고 금이 그어진 그 공간은 너무나도 좁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장실이 될 공간 속에 서 있노라면 이 작은 공간에 욕조를 넣고 변기를 넣으면 활동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은 작아 보인다. 욕실뿐만이 아니다. 거실도 주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벽이 세워지고 지붕이 얹어지고 나면 그 작기만 하던 공간은 처음 계획했던 필요한 공간 크기로 변한다. 주방도 원래의 알맞은 크기로 변해있고 욕실 역시 이제는 욕조도 변기도 넣을 만한 넓은 공간으로 바뀐다.

건축가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이론이 아닌 실제로 와 닿은 바로 그 순간, 필자의 상상력 역시 2차원에서 3차원에 이어 그 다음의 차원의 세계에까지 다다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경험 이후의 설계작업에서부터는 도면의 2차원의 선과 점들이 평면이 아닌 입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공간의 이해에 대한 폭은 그때부터 커지기 시작한 것 같다.

‘공간을 더 넓게 보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벽을 세운다?’

차경기법(바깥의 경관을 시각적으로 끌어당겨 가지고 오는 경관기법)과 같이 일부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현재의 내가 위치한 공간을 확장시키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열려 있는 공간을 벽을 세워 차폐(막음)함으로써 공간을 확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도심의 작은 주택정원. 울타리도 없고 나무 한 그루도 심어져 있지 않은 잔디밭으로만 조성된 앞마당을 떠올려보라. 공간이 작을수록 공간의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 때는 외부의 더 큰 공간으로 그 공간의 일부가 오히려 흡수된다. 따라서 넓은 잔디밭이 아니라 오히려 좁은 잔디밭으로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

낮은 울타리 하나만 돌려 두어도 공간의 경계가 정의되면서 공간의 크기 역시 재정의 되며 공간은 더 커 보이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 울타리 가장자리를 따라 키 작은 관목을 몇 그루 심어주면 실제로 보이는 바닥면적은 줄어들지만, 공간의 크기를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할 수가 있다.

바닥의 크기와 벽의 높이에 대한 상관관계 역시 중요하다. 바닥의 크기를 넘어선 높은 벽은 오히려 공간을 더 작고 왜소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벽과 바닥에 대한 적절한 비율에 관한 연구는 ‘공간 이야기’의 중의 하나의 과제에 불과하다. 공간(SPACE)에 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또 꺼내보기로 하자.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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