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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나무들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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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K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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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43> : 나무들의 속삭임



다사다난 한 해가 다 되어간다 싶더니 어느새 또 우리는 새로운 한 해 앞에 서 있다.



몇 달 전의 하루나 지금의 하루나 별다를 것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연말과 연시라는 의미를 넣어 이 기간 동안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기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붕 뜨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들 불평을 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 마냥 행동한다고 한다.

한 해를 마감하며 돌아보고 새해를 맞아 설렘을 가져보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이겠는가.다만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 마냥 공중에 붕 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뚜렷한 네 계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계절이 변할 때 마다(어쩌면 계절이 변하는 것을 인지할 때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인지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변하는 계절의 포인트에서(예를 들면 높고 푸른 하늘에, 또는 노을빛 붉은 단풍에, 스산한 바람에)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아마도 그래서 사계절 뚜렷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모처럼 반짝 해가 떠올랐다. 물론 해와 함께 하는 밴쿠버의 겨울은 조금 더 쌀쌀한 기운마저 든다. 하지만 햇살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따사롭다.

반짝 고개 내민 햇살에 나도 한번 지금의 자리에 서서 뒤도 돌아보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짧은 계절의 쉼표 속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었다. 어깨 움츠리며 빠른 걸음으로 차와 현관을 왔다갔다하던 여느 때와는 달리 정원을 한번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지난번 내린 눈 때문에 키 큰 울타리 나뭇가지 몇 개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벌어져서 옆으로 꺾여있다. 끈으로 묶어 가지를 다시 세워주어야 할 것 같다.

몇 계절 동안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던 텃밭은 쓸쓸하게 홀로 남았다. 한 해의 추억을 앨범 속에 간직한 듯 기억이 한 장 한 장을 넘겨본다. 상추 뜯고 부추 베던 손끝의 감정이 전해지는 듯하다.

봄꽃 유명한 나무들은 그 이름값에 걸맞게 이미 모든 봄꽃의 준비를 마쳤다. 저렇게 몇 달을 준비된 자세로 기다리다 어느 날 무심한 듯 툭 하고 꽃봉오리를 터트릴 것이다.

앙상하게 남아 있는 가지 끝에도 어떻게 이 추위를 견디고 저렇게 버티나 싶은 작은 잎눈과 꽃눈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다.

꽃도 잎도 기다릴 줄 안다.

먼저 준비해두고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음에도 한 번도 보채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노라고 생색조차 내지 않는다.

나무와 풀들은 참 겸손하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나무와 풀들은 한 해를 마감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며칠을 또는 몇 주를 허투루 써버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그날 할 일을 그날 해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래서 나무는 새해도 지난해도 없다. 물론 송년회도 신년모임도 가지지 않는다.

찾아주는 손님이 있다면 누구든지 다 받아준다. 다람쥐에게 씨앗을 나눠주고 날아든 새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지킨다. 그러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주위의 친구들과 문제없이 잘 어울려 지낸다.

조용히 겸손하게 티 내지 않고, 쉬지 않고 할 일들을 잊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자라고, 벽을 타고 오르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긴다.

모든 것이 얼어 숨죽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계절에도 우리는 나무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굳이 다가가 귀를 기울여야 그 속삭임이 들리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은 속삭임마저도 참으로 겸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잠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잠시 멈춰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속삭임을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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