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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화위지(橘化爲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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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스칼럼 <12> : 귤화위지(橘化爲枳)





귤화위지(橘化爲枳)란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기후와 풍토가 달라 탱자로 되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이다.



필자가 캐나다에 이민을 온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가만 돌이켜보니 나 역시 이곳 환경에 아주 익숙해져 변해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씩은 쌀쌀하다고 느껴질 만큼 서늘했던 밴쿠버의 여름 날씨가 몇 해 지나지 않았는데도 제법 여름같이 느껴질 때가 잦다. 그토록 이국적이던 풍경들도 이젠 점점 일상이 되어간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국외에 나와 있구나 하는 생각들을 할 때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이곳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풀과 나무들도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한국의 나무와 꽃들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이곳의 풀과 나무들을 보며 ‘귤화위지’의 고사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같은 나무인데, 같은 풀인데..., 자라는 모양이 다르고 성질이 달라진다?’



돌연변이와 같이 아예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귤나무를 강북에다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한국에서 보던 풀과 나무들이 이곳 밴쿠버에서는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커버(ground cover)라고 하는 지피식물의 한 종류로 세덤(Sedum, 영어발음으로는 씨~덤에 더 가깝다.)이라는 식물이 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 심토(흙의 깊이)도 낮고 선인장과 같이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물을 잘 저장하고 찾아가는 성질이 있으며, 번식속도 또한 빨라 한국에서는 주로 옥상용 조경식물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식물이다. 옥상조경에는 건물이 받는 하중을 최소한 낮춰주어야 하고 물관리 또한 손쉬워야 하는데 이 세덤이라는 식물은 딱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봄나물로 잘 알려진 ‘돌나물’도 바로 이 세덤의 한 종류이다.



어쨌든, 이렇게 관리가 쉬운 세덤도 한국에서는 관리가 제일 힘든 계절이 있는데 바로 장마철이다. 공중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지면 콩나물처럼 길게 웃자랐다가 다시 나온 뜨거운 햇살에 잘 녹아내린다. 다시 살아날 경우가 많지만, 때론 그대로 ‘전멸’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전멸’은 아니라도 한동안 모양이 흉해 관상 가치를 잃기도 한다. 여기 오기 전까지 세덤은 습도에 민감하다고 알고 지냈는데 이곳 밴쿠버에 와서 보니 주야장천 내리는 겨울비에도 끄떡없이 잘 견디는 세덤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세덤류는 종류가 다양하고 종류마다 약간의 다른 성장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 잘 성장하던 종류가 여기서는 까다로워지는 게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 키우기가 까다롭던 종류가 여기서는 되려 더 잘 성장하는 경우가 또 있다.



세덤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나무와 풀들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잔디의 생육방식과 관리법도 그렇고 큰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다소 차이가 난다. 어찌 보면 참으로 당연한 일인데도 지내며 지낼수록 환경의 차이라는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환경이 바뀌니 자라는 모습도 달라지고 꽃피는 시기도 달라진다. 삶의 환경이 바뀌니 달라지는 내 생각과 모습도 풀과 나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귤화위지.



나무나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변하는 건 똑같다.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역시 태평양 건너 머나먼 타국 땅 새로운 환경에서 자리 잡아 살아가는 귤나무다. 하지만 이 땅에 옮겨와 쓸모없는 탱자로 변할지, 더 좋은 귤나무로 변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식물들과는 다른 점일 것이다.



탱자로 변할 것인가. 귤나무로 남을 것인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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