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스칼럼 조경 디자인의 시작 - 현장관찰

앤디스칼럼 <19> : 조경 디자인의 시작 - 현장관찰



조경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처음으로 ‘조경학원론’ 강의시간에 받은 수업내용들은 세월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는 교훈들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조경디자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으로 시작되었던 담당 교수님의 말씀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현장파악을 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하루 종일 현장에 앉아 바람 부는 방향을,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그에 따라 변하는 변화를 느껴보는 것이 좋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일 년의 변화까지 살필 수 있다면 좀 더 훌륭한 디자인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정말 일 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현장을 체험한 뒤에 디자인 작업을 착수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조경 디자인에 있어 현장의 파악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조경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외부 확장성’이다.

조경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의 큰 차이점이 바로 ‘외부공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디자인의 해당 공간이 한정되어있지 않고 외부로 무한히 확장해 나가 있다는 말이 된다.

정원디자인으로 말하자면, 정원을 흘러 지나가는 바람도 디자인 대상이 되고, 울타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디자인 대상이며, 말없이 찾아왔다 사라지는 동물들도 그 대상이 된다. 사계절의 변화도 고려해야 할 디자인의 대상이고, 햇볕의 양과 방향 등도 고려의 대상이다.

조망(VIEW)이 좋은 주택의 가격이 높은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만큼의 조경공간이 외부로 크게 확장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망조건이 좋을수록 근사한 조경이 이루어지는 샘이니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정원 디자인 작업을 의뢰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항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현장 확인’이고 두 번째가 의뢰인의 ‘욕구 분석’이다.

그 예전의 교수님의 말씀처럼 디자이너가 하루를, 또는 일 년을 현장에서 보낸 뒤 디자인 작업을 착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한이 많다. 그 대신 디자이너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하루의, 일 년의 변화를 그림을 그리듯 떠올리며 머릿속에 그려낸다.

그다음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의뢰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듣고 파악하는 것까지도 ‘현장관찰’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디자이너는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하는 과정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보고,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의뢰인의 원하는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 제대로 된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다음의 과정은 창작과 협의의 과정이다.

미술은 내면과의 깊은 대화로 완성된다면 디자인은 대상에 대한 배려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디자인은 순수 창작과는 달리 대상인 사용자가 있다. 사용자를 얼마나 배려하느냐가 디자인을 완성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창작과 더불어 협의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 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어 만들어지고 변경되는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특히나 정원 디자인에 있어서는 의뢰인과의 협의가 필수이다. 그 정원에서 하루를, 일 년을 보내야 할 사람은 디자이너 자신이 아닌 바로 의뢰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자신이 그런 의뢰인이 된다면, 디자이너와의 ‘협의’ 과정 전에 ‘현장관찰’ 과정을 챙겨두기를 권한다. 시간 여건상 디자이너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현장’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은 디자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이너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좀 더 명확한 ‘협의’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목격자의 진술이 상세할수록 수사의 진행은 빨라지는 법이다.



앤디 리

앤디스 조경 대표

www.andyslandscap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