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olumn Blog
분류 문학

[성호사설 5] 성호사설

작성자 정보

  • 작성자 KREW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이원배 (늘푸른 장년회 회장, 시인/수필가)

밴쿠버 종합 주간지 ‘밴쿠버 타임즈’에 ‘성호사설’을 연재하니 사람들이 묻는다. 그거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이익(李瀷)이 사용한 책의 제목 아닌가요? 맞는 말씀. 우선 반갑다. 모국이 아닌 땅에서 이익과 그의 저서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해서 나는 이익과 다른 점을 설명해야 할 듯하다. 그러기에 앞서 이익이 누구인지 살펴보자. 이익은 조선 후기 영조 대의 저명한 실학자이자 문신으로, 과거 급제 후 벼슬을 포기하고 재야 학자로 평생을 보내며 실학을 통해 실용적인 개혁을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1681년 경기도 안산에서 여주 이씨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형 이서(李瑞)와 이진(李晉)에게 배웠으며, 과거 공부 대신 실학적 학문을 추구했다. 아버지가 소장한 청나라 서적 수천 권을 통해 서학(서양 학문)에도 개방적 태도를 보였다. 1709년 문과 급제 후 예조와 사헌부에서 근무했으나, 1711년 사직하고, 안산 성호수 근처에서 은거 생활을 시작했다. 평생 재야 학자로 지냈으며, 83세까지 장수했으나 말년 가난으로 고생했다.

그의 호는 나와 같은 성호(星湖)이다. 안산 호수가 근처에서 말년을 보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의 삶이 어려웠던 것은 아버지 이하진(李夏鎭)이 남인으로 정치적 박해를 받아 평안도 운산으로 유배된 적이 있고, 둘째 형 이잠(李潛)은 1706년 노론의 탄핵으로 옥사 하며 가족이 큰 충격을 받았던 것에도 영향이 있다. 이런 연유가 그를 재야학자로 이끌게 되었을 것이다. 학문에 몰두하면 인간세상의 시시비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모든 갈등은 모두가 돈과, 명예, 부귀와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에서 비롯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을 터.

그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은 무려 50권 규모로 자연·사회·경제·외교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의 사설은 '자질구레한 말', 또는 '세세하고 자잘한 논설'이라는 뜻으로, 저자가 자신의 저술을 겸손하게 낮춰 부르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익이 40세 전후부터 공부하고 생각하다가 떠오른 점이나 흥미로운 사실들을 그때그때 기록해 둔 것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나의 기고문 ‘성호사설(星湖私設)’은 내 삶의 자전적 기록에 중점을 두면서, 내가 살아온 나날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6.25를 겪었고, 곧이어 4.19와 5.16을 어릴 때 겪었다. ‘한강의 기적’을 주도한 세대였고, 5.18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를 맞아 자의 반 타의반의 타국생활을 이어가면서, 밴쿠버 교민사회의 명암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지식과 재능이 일천해서 이익과 같은 실사구시의 개혁사상을 논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불운 속에서 깨치고, 행운 속에서 신중하던 세월을 나름대로 그려보려 한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지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커 다는 손자를 보면서 내가 없는 세상에 나의 글이 남아 그로 하여금 배우고 일깨우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익의 심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떡도 밥도, 돈도 생기지 않는 글을 쓰며 부지런히 그의 역사를 기록해 왔기에 오늘날 후세대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아니던가.

역사란 반복된다. 각 시대를 살았던 뭇 사람들의 행적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배우고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또한 승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역사를 개개인의 저서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고, 큰 인물만 부각되는 역사 속에 보통 사람들의 삶의 편린들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이 조상들이 남긴 개인 문집들이다.

예컨대 ‘단군신화’, 즉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를 원했다’는 설화를 보자. 하늘 신환인의 아들 환웅은 그들에게 쑥과 마늘을 주고 100일 동안 동굴에 있으라고 했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나갔지만, 곰은 이겨내어 아름다운 여자, 웅녀로 변신하여,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 왕검을 낳았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진위논란이 아직도 식지 않았지만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4권의 개인역사서를 편집한 ‘환단고기’를 통해서 한민족의 시원은 곰이 아님을 명쾌하게 수렴할 수 있지 않은가. 일제식민지 시절 한국인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역사 왜곡작업을 했던 ‘조선사편찬위원회’ 덕(?)에 나는 끊임없이 ‘동물도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물론 내 사설에 반발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타고 나니 나무랄 수 없다. 친구, 친지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배우자, 자녀들 사이에도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나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기보다 세종대왕때 영의정을 지낸 황희 정승의 공평심을 따를 것이다. 그의 성품을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두 여종이 서로 상대방이 서로 잘못했다며 싸웠다. 황희는 두 여종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은 후 한 여종에게 '네 말이 옳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다른 여종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자 역시 '네 말도 옳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부인이 '한 여종의 말도 옳고 다른 여종의 말도 옳다면 누가 잘못했는가? 혹은 한 여종이 옳다면 다른 여종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손님들 역시 부인의 견해에 동의했다. 황희는 '부인 말도 옳소'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사람은 상대방의 잘못은 눈여겨 보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절대 모르는 법이라'며 지적했다. 두 여종과 부인은 물론 손님들도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한다.’

그러나 황희 정승이 마냥 그런 성격만은 아니었다. 임금이 잘 못 하면 목숨 걸고 간하여 나중에 귀양까지 가는 지조 있는 면이 더 많았다. 언감생심 그런 분에 미치지 못하지만 할 말은 하되, 남의 의견도 존중하는 그런 내용을 ‘성호사설’로 풀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겠는가? 내 인생 서산에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데. 하여 병오년 새해. 역동적인 ‘붉은 말(Red Horse)의 해’를 맞으며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 하루하루를 새롭게, 매일을 새롭게)'의 자세로 나는 좀 더 가까이, 좀 더 다정하게 독자분들께 다가 갈 것이다. (끝)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54 / 1 Page
RSS
“아이 낳으면 정치 그만둬야 하나”… BC주의 작은 변화가 던진 큰 질문
등록자 KREW
등록일 04.10 조회 78

경제 지방의원 ‘출산휴가 26주’ 추진… 제도는 바뀌지만 현실은 아직 멀다 육아와 커리어 사이, 우리는 왜 여전히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가 “아이를 가…

[성호사설 6] 광주리의 추억
등록자 KREW
등록일 04.07 조회 77

문학 이원배 (늘푸른 장년회 회장, 시인/수필가) 사람이 태어나서 가지는 첫 기억은 몇 살 때 부터 일까?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학계의 통설은 만 …

RRSP 가이드
등록자 KREW
등록일 04.02 조회 104

모기지 *RRSP는 왜 구입해야 하나? 2025년도에 대한 RRSP 구입이 지난 3월2일로 마감되었다. RRSP 관리는 각 가정의 세금문제와 상황에 따…

주간 암호화폐 시황보고서 50
등록자 KREW
등록일 04.02 조회 91

주식 블록체인 기술은 AI 기술과 함께 미래 산업혁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암호화폐는 제도권 투자시장으로…

우리 집 기초를 파괴하는 ‘말썽꾼 고목나무’
등록자 KREW
등록일 04.02 조회 104

홈스테이징 풍성한 가지로 여름철 냉방비를 아껴주고 집의 운치를 더해주는 집 마당의 거대한 나무는 모든 홈오너의 로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

‘법꾸라지 세입자’의 결말
등록자 KREW
등록일 03.05 조회 303

법률 Section 82 Residential Tenancy Act, Section 82: of the allows tenants in Ontario…

누워서 숏폼만 보는 우리 아이, 대안은 없을까?
등록자 KREW
등록일 03.05 조회 330

유학이민 저 역시 학부모로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침대에 누워 짧은 영상만 넘기는 아이를 보며 걱정이 커졌고, 여러 해결책을 찾…

RRSP 관리 & 구입기한 및 한도
등록자 KREW
등록일 03.05 조회 380

모기지 2025년도에 대한 RRSP 구입 마감일은 2026년 3월 2일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5년도에 대한 RRSP(First 60 day…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11
등록자 KREW
등록일 02.26 조회 288

건강 (지난 호에 이어) ■ 수면무호흡증과 만성피로 심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특히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데, 연구…

“아침에 손이 30분 넘게 뻣뻣하다면”…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 신호
등록자 KREW
등록일 02.19 조회 366

건강 30분 이상 지속되는 손가락 경직, 통증보다 ‘아침 강직’이 더 중요한 신호 @brgfx 아침에 일어나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고 뻣뻣함이 30분…

주간 암호화폐 시황보고서 45
등록자 KREW
등록일 02.19 조회 347

경제 블록체인 기술은 AI 기술과 함께 미래 산업혁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암호화폐는 제도권 투자시장으로…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10
등록자 KREW
등록일 02.19 조회 365

건강 (지난 호에 이어) ■ 수면장애로 인한 만성피로증후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면, 체리, 호두, 바나나에 이어 철분조 고기에 든 아…

“한밤중 발가락 통증, 혹시 통풍?”… 요산 수치가 보내는 위험 신호
등록자 KREW
등록일 02.12 조회 265

건강 요산 수치 상승이 관절을 공격한다 식습관·음주·비만이 키우는 현대인의 통풍 위험 © javi_indy 한밤중 갑자기 엄지발가락이 찢어질 듯 아파…

보상금 협상으로 분쟁이 마무리 될 때
등록자 KREW
등록일 02.12 조회 388

법률 이번 사건은 LTB(Landlord and Tenant Board) 히어링을 막 끝낸 이야기인데, 이번 히어링이 4번째였다. 2023년 초부터 …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9
등록자 KREW
등록일 02.12 조회 400

건강 (지난 호에 이어) ■ 수면과 만성피로 잠을 방해하는 수면장애의 특징은 본인이 자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본인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가 수…

하루 종일 앉아 있다면 꼭 필요하다
등록자 KREW
등록일 02.05 조회 289

건강 ■ 허리·목·어깨를 살리는 ‘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스트레칭’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불편함은 허리 통증과 …

집주인의 거짓말 피해, 1년간 월세 손해 받아내
등록자 KREW
등록일 01.29 조회 411

법률 이번 사건은 의뢰인이 오랫동안 히어링을 기다려 받아낸 기분 좋은 결과를 소개하기로 한다. 의뢰인이 연락을 해온 것은 2023년이었다. 이미 주인…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8
등록자 KREW
등록일 01.29 조회 480

건강 (지난 호에 이어) ■ 간(肝)과 만성피로 만성피로를 극복하려면 ‘피로할 때 간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고 적절히 쉬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색의 …

장기적 시각으로 분산 투자를
등록자 KREW
등록일 01.16 조회 611

모기지 2025년도에 대한 RRSP 구입은 2026년 3월 2일까지 가능하다. 2024년도에 대한 소득세 보고 후 CRA에서 우송되어 온 NOA를 확인…

고기 잠시 끊었을 뿐인데… 몸에서 일어난 변화들
등록자 KREW
등록일 01.14 조회 427

건강 몇 주 만의 식단 전환, 체중·콜레스테롤·장 건강까지 반응 전문가들 “고기를 빼는 것보다, 무엇을 채우느냐가 관건” 육류 섭취를 줄이거나 채식 …